한국어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 중 "인생 뭐 있나"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우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이 말이 서로 상반된 두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첫 번째 의미는 "인생에는 그 무엇도 없다"입니다. 여러 의미를 품고 있는 문장의 경우 외국어로 옮겨 보면 뜻이 명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영어로 옮겨 보면 "There is nothing in life"가 되겠습니다. 인생 뭐 있나를 이 의미로 쓰는 경우 허무주의에 빠지고 삶의 의지를 잃게 되기 십상입니다. 혹은 인생이란 의미 없는 것이니 방종에 빠지자는 사고방식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지양해야 할 용법입니다.

두 번째 정반대의 의미는 "인생에는 걱정할 것이 그 무엇도 없다"입니다. 걱정할 것 대신에 두려워할 것, 겁먹을 것 등을 집어넣어도 말이 됩니다. 영어로 옮기면 "There is nothing to worry about in life"가 되겠습니다. 역시 nothing to worry about 대신에 nothing to fear 등으로 바꾸어도 뜻이 통하겠습니다. 이 경우 인생 뭐 있나라는 말은 긍정의 말, 용기를 주는 말, 희망의 말이 됩니다.

이 외에도 세 번째 의미로 "인생에는 착하게 살 하등의 이유가 없다" 등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기도 하나, 그런 경우 한 눈에도 이상한 뜻임이 간파되는 바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인생 뭐 있나라는 말은 '뭐'가 수식하는 것이 '인생'인지, 아니면 문장에서 생략된 걱정, 두려움 등의 목적어인지에 따라 그 뜻이 완전히 바뀝니다. 문장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숨어 있는 목적어를 발견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 문장은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뀝니다. 내 인생을 부정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나를 두렵게 하고 나를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게 했던 것을 훌훌 털어버리며 희망을 보게 되는 방향으로 돌아서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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