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객꾼들 경매 붙이기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짜증나는 존재가 호객꾼들이다.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을 나서기가 무섭게 수많은 호객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일부는 시끄럽게, 일부는 조곤조곤 말을 건다. 그런 호객꾼이 세네 명 이상이 되는 순간 정신이 없어지고 짜증이 솟구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국 운남성 여행을 통해 그런 호객꾼을 여행의 재미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곤명 근처의 유명한 관광지 석림을 구경하고서 시외버스를 타고 곤명으로 돌아갔을 때였다. 계획이 바뀌어서 처음 가 보는 터미널에 내리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다시 시내 중심부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무작정 버스 터미널 밖 큰길가로 나가보니 택시와 사설 운수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호객꾼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일단 터미널 안으로 다시 들어왔지만 결국 택시를 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택시들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순식간에 호객꾼들이 내 주위를 감싸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한 호객꾼이 "빠싀(80원)!" 를 외쳤다. 시내까지 거리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택시비로 중국에서 80원(한국 돈 약 18000원)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증이 나서 뒤돌아서는데 그 옆의 호객꾼이 "70원!" 하고 외쳤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이는 게 있어서 첫 호객꾼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니 슈어 빠싀 콰이. 타 슈어 치싀 콰이. 니 뚜오 샤오 치엔? (너는 80원 불렀어. 이 사람은 70원 불렀어. 너 얼마 해 줄래?)"

 

그러자 나를 둘러싸고 있던 호객꾼들이 일순간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의 정적을 깨고 갑자기 제 3의 호객꾼이 크게 소리쳤다.

 

"60원!"

 

이제 누가 봐도 내가 이긴 싸움이었다. 편의상 순서대로 호객꾼 A, B, C라고 하자. 나는 호객꾼 B에게 다시 말했다. "이 사람은 60원에 해 준다는데?" 그러자 호객꾼 B가 40원을 불렀다. ‘아싸!’ 하는 순간 호객꾼 A가 엄청난 영업 비밀을 실토했다. "야, 너네 일행 두 명이잖아? 그런데 저 사람 지금 한 명에 40원이라고 하는거야!" 그 말을 듣고 호객꾼 B를 쳐다보자 그 사람이 죄 지은 표정으로 얼어 있었다. 자, 경매 다시 시작이다.

 

"량거런 이치 뚜오 샤오 치엔? (두명 합쳐서 얼마?)"

 

80, 70, 60, 50을 거쳐 결국 40원까지 내려갔다. 50원쯤부터 호객꾼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40원에는 한 명만 남아 있었다. 30원까지 깎아 보려다가 귀찮아서 40원으로 합의를 봤다. 두 명 합친 가격이 40원이라는 것을 두세 번씩 확인했다. 80원, 만약 그것이 1인 가격이었다면 두 명에 160원이었던 처음 가격에서 최종 40원으로 택시비를 깎은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의 불평등’ 때문에 여행지에서는 여행자가 항상 바가지를 쓰게 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제학에는 정보의 불평등보다 더 우선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있었다. 호객꾼 때문에 짜증으로 날릴 뻔한 하루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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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이 없는 나라  (0) 2019.12.03

윈도 10 하드 디스크 사용률 100% 문제 해결하기



윈도 10을 쓴 지 약 1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하드 디스크 100% 사용률 문제 때문에 정말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컴퓨터를 켜면 거의 10분 동안 하드를 드르륵 드르륵 계속 읽는 통에 작업을 못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을 뒤지면서 찾아본 해결책들을 이 블로그에 정리해 보려 합니다. 컴퓨터에 따라 해결방법이 각각 다른 것 같습니다. 해 보시고 댓글에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었는지를 알려주시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른 방법이 있으신 분들도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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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퍼페치 (superfetch) 끄기

(1) 윈도 키 + R -> services.msc 실행 -> Superfetch -> 오른쪽 클릭 -> 속성 -> 시작 유형 -> 사용 안 함

(2) 윈도 키 + R -> services.msc 실행 -> Superfetch -> 오른쪽 클릭 -> 중지


둘 다 해주셔야 합니다.



2. 윈도 서치 (windows search) 끄기

(1) 윈도 키 + R -> services.msc 실행 -> Windows Search -> 오른쪽 클릭 -> 속성 -> 시작 유형 -> 사용 안 함

(2) 윈도 키 + R -> services.msc 실행 -> Windows Search -> 오른쪽 클릭 -> 중지


둘 다 해주셔야 합니다.



3. 윈도 팁 끄기

시작 -> 설정 -> 시스템 -> 알림 및 작업 -> 'Windows에 대한 팁 표시' 비활성화



4. 알림 끄기

시작 -> 설정 -> 시스템 -> 알림 및 작업 -> '앱 및 다른 보낸 사람의 알림 받기' 비활성화



5. 가상 메모리 늘리기

탐색기 -> 내 PC -> 오른쪽 클릭 -> 속성 -> 고급 시스템 설정 -> 고급 탭 -> 성능 설정 버튼 -> 고급 탭 -> 가상 메모리 변경 버튼 -> 처음 크기를 1024 x 램의 GB 용량으로 설정 -> 최대 크기를 처음 크기의 두 배로 설정 -> 확인 -> 적용


예를 들어 램이 4GB라면 가상 메모리 처음 크기를 1024 x 4 = 4096MB로, 최대 크기를 8192MB로 설정하는 식입니다.



6. 가상 메모리를 다른 파티션으로 옮기기

탐색기 -> 내 PC -> 오른쪽 클릭 -> 속성 -> 고급 시스템 설정 -> 고급 탭 -> 성능 설정 버튼 -> 고급 탭 -> 가상 메모리 변경 버튼 -> 주로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에는 '페이징 파일 없음' -> 잘 안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에 '사용자 지정 크기' 혹은 '시스템이 관리하는 크기'  -> 확인 ->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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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을 알게 되는 대로 글에 추가하겠습니다.


< 완성작 사진 >




지난 5년여 동안 MS 인체공학 키보드 4000을 써 왔습니다.

만족스러웠지만 키보드 크기가 크다 보니 마우스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키보드를 개조해서 텐키리스로 만든 뒤, 다시 그 숫자키 부분을 마우스 패드로 만들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매우 편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우스가 몸쪽으로 더 가까이 오게 되자 어깨 통증이 싹 사라졌네요.

그동안 어깨 통증을 해결해 보려고 왼손으로 마우스 쓰기, 트랙볼 사용하기 등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키보드 개조가 최고였습니다.


개조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유익한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부터 사진 자료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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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키보드입니다.





2. 손 받침을 분리합니다.





3. 키보드 윗판과 아랫판을 분리합니다.





4. 떼어낸 키보드 상판은 뒤집으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5. 흔히 텐키라고 불리는 숫자키들을 다 빼고 키보드를 다시 조립합니다.





6. 적당한 두께의 종이를 준비합니다. 저는 집에 굴러다니던 박스를 사용했습니다.





7. 뽑아낸 텐키 부분의 윗 홈과 아랫 홈에 맞게 종이를 잘라냅니다. 좀 빡빡하게 자르시면 좋습니다.





8. 윗 홈과 아랫 홈에 종이를 낍니다. 그리고 윗 홈과 아랫 홈을 다 덮을 수 있는 크기로 종이를 하나 더 잘라 놓습니다.





9. 끼워넣은 종이에 양면테이프를 붙입니다.





10. 양면테이프를 사용해서 커다란 종이를 붙입니다.





11. 기존의 숫자키 부분을 마우스 패드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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