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배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착하면서 동시에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려다가도 '내가 이렇게 했다가 상대방이 상처를 받으면 어쩌지? 저렇게 했다가 상대방에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면 어쩌지? 나는 좋은 의도로 하더라도 상대방은 이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쉬 지치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삶 전반에 걸쳐 주눅이 들게 되고 소극적이 된다.

이것은 완벽주의이다. 완벽주의는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고 소심하게 만든다. 완벽주의는 실패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있는 도전을 하느니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한다. 그래서 좋은 의도로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하려다가도 만에 하나 그 사람이 싫어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행동을 접는 완벽주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안타를 맞을까봐 아예 공을 안 던지는 투수, 실점을 할까봐 아예 경기에 안 나가는 골키퍼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문제를 푸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하지 못하기에 나 역시 완벽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이 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뭐'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잘 안 된다. 완벽주의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에 사용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이 있다. 완벽함의 기준을 '실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늘리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위의 스포츠 예를 이어서 말하자면 투수가 '안타를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삼진을 잡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고 골키퍼가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선방을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고 후자는 밑져야 본전인 상황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 이 글도 그런 마음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이번 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참 많이 있다. 글 흐름도 부자연스럽고 마무리도 어색하다. 하지만 그렇게 '흠이 없는 글을 쓰기'에 집중하는 대신 '좋은 점이 있는 글을 쓰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픈 글이라고 해도 그 속에 좋은 부분이 있다면 그 글은 충분히 가치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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