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의 새벽>

우리 집에는
닭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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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시계는 새벽이 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닭과 시계가 없어도 새벽은 온다. 단지 사람들이 새벽이 왔다는 것을 잘 모를 뿐.

그에 반해 애기는 새벽을 '만든다'. 아직 한밤중이더라도 애기가 젖 달라고 울고 보채면 그 때부터 새벽이 시작된다. 애기가 울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에 같은 집에 사는 모든 사람은 새벽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리 비싼 시계라도 새벽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가장 작은 애기라도 새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사람의 힘이다. "애기의 새벽"은 사람의 그러한 능력에 대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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