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의 새벽>

우리 집에는
닭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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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시계는 새벽이 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닭과 시계가 없어도 새벽은 온다. 단지 사람들이 새벽이 왔다는 것을 잘 모를 뿐.

그에 반해 애기는 새벽을 '만든다'. 아직 한밤중이더라도 애기가 젖 달라고 울고 보채면 그 때부터 새벽이 시작된다. 애기가 울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에 같은 집에 사는 모든 사람은 새벽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리 비싼 시계라도 새벽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가장 작은 애기라도 새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사람의 힘이다. "애기의 새벽"은 사람의 그러한 능력에 대한 시이다.


어젯밤에 잠이 들려면 깨고 또 잠이 들려면 깨고를 반복하다가 그냥 침대에서 나와서 책장에서 꺼내 든 책이 이거였다. 학생 때 개미 시리즈랑 뇌를 읽은 후 정말로 오랜만에 읽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었다. 잠 들 때까지만 읽으려고 했는데 두세 시간만에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새벽 5시 넘어서야 잤지.

요즘 스마트폰을 주로 쓰다 보니 긴 글 읽는게 힘들어졌는데 이 책은 단편 모음집이라 호흡이 짧아서 읽기가 편하다. 삽화도 수준이 높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다 읽고 났을 때 비슷한 유형의 글을 써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인데 이 책이 딱 그랬다. (한편 내 기준에서 더 좋은 글은 그 글에 나온 대로 행동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다.)

하여튼 재미있게 읽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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